능금과 산새 ㅡ 본뜨기
보통 본을 뜰 때는 연필로 먼저 뜨지만 저는 라이너를 사용했습니다.
검색을 통해서 (또는 책에서) 원화 중 제일 해상도가 좋은 파일로 다운받아, A4 또는 A3 로 칼라프린트를 합니다.
해상도가 낮아서 A4 로 칼라 프린트를 한 후 원화 사이즈로 흑백 확대복사를 하였습니다. 작가와 작품에 대해 충분한 조사를 하며, 부분 사진이 잘 나온것이 있다면 다운 받아 놓습니다.
반드시 칼라 원본을 옆에 놓고 보면서 본을 뜹니다. 이왕이면 본 뜨는 크기와 같으면 좋습니다. 눈으로 보고 사이즈를 재며 그대로 옮겨 그릴 수 있습니다.
보통 75g 짜리 트레싱지를 사용했으나 이번에는 가일전통안료에서 파는 트레이싱지 (필름) 을 써봤습니다.
그동안 여러번 본을 뜨고 확인을 하였는데 그 과정을 한 번으로 단축시켜 주더군요. 비싼값을 합니다.
(1m×92cm 14,400원)
저는 본을 뜰 때 몇 가지 주의하는 것이 있습니다.
첫째,
그린 분의 기분과 필체와, 관찰 대상이 되었던 나무, 나뭇잎, 새, 사과.. 등을 느껴보려고 합니다.
뻣뻣하지만 둥글고, 군데 군데 말라 들어가는 사과 잎의 특성, 가지에 그어진 짧은 먹선들은 나무의 질감을 느낍니다.
새의 표정이 중요하죠. 구부러진 부리 끝과 눈 테두리의 이어지지 않은 부분, 살짝 올라간 입매, 콧구멍, 그리고 털의 방향.. 이런것들을 자세히 봅니다.
모사, 임모 하면서 제일 중요한 것은 관찰력 이라고 선생님께 들었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늘 새와 나무, 꽃을 보아온 사람이 그리는 그림이 주는 생동감은, 마찬가지로 새와 나무를 관심있게 오래 봐온 사람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지금 제가 사는 서울 환경은 그림과는 너무도 다르지만 어렸을 때 시골에서 자라며 늘 봐왔던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둘째,
그리면서 채색의 계획을 세웁니다.
본을 뜬다는 것은 그림을 읽는 것입니다.
그림을 눈으로 들여다 보는 것과 선 하나 하나를 따라 그리면서 보는 것은 다릅니다. 얼룩을 먼저 그릴 것인지, 바림하는 부분이 얼만큼 만나야 하는지.. 해석과 계획에 따라 만드는 본이 달라집니다. 같은 그림을 여러명이 그리면 생각이 다르므로 본이 각각 다르게 됩니다.
그래서 본을 만드는 것은 반드시 직접 하며 채색 계획까지 세워야 합니다.
셋째,
모사할 때 그린이의 느낌을 받아서 그대로 표현하게 됩니다. 하지만 내가 전달하고 싶은 느낌이 있을수도 있습니다.
본 뜨고, 채색하고, 가필 하는 과정 내내 그 느낌을 가지고 그리면, 완성했을 때 그림을 보는 사람이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그럼 성공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 처럼 잘 그리진 못하지만 그동안 공부하고 그리며 느꼈던 것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다른 분은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