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강아지
내가 귀여워하는 땅강아지.
어렸을 때 땅강아지를 본 기억이 난다.
외갓집에서 친구와..
땅강아지는 신이야.
땅에 파묻어도 죽지를 않아.
그리고 땅을 파고 땅강아지를 파묻었다.
얼마후 땅을 파보니 사라지고 없다.
이것봐 죽지 않고 사라졌어!
30여년이 흘러도 땅강아지에 대한 애틋한? 마음은 여전하다.
밤길을 걷다가 가로등 밑에서 한 번 보고
설레는 마음에 카메라를 들고 나왔다.
며칠 후 다시 밤길을 걷고 있는데 후레쉬 불빛에 놀랐는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땅강아지.
정신을 잃은듯 잠시 움직이지 않더니
바로 정신 차리고 푸덕 거리며 뛰날아 사라졌다.
60mm iso100 1/180s f18 on
2012.09.10 20:28
나는 것은 그저 한 번 튕기는 정도..
제대로 겨냥하고 날지도 못한다.
성질은 무지 급해서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
땅강아지에 대한 슬픈 이야기.
2009년 정도 가을 저녁 서울 용산 국립박물관을 구경하고 나와 지하철을 타려고 계단을 내려가는데
땅강아지가 계단에 있었다.
아빠와 엄마 어린 남자아이 셋이 손을 잡고 지나가다가
아빠가 '야~ 땅강아지다!' 하고 외치는 순간
남자아이는 잽싸게 발을 들어 밟아 버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아빠는 땅강아지가 반가워서 소리쳤을까?
나는 서울에 살면서 단 한번도 땅강아지를 본적이 없는데
땅강아지를 아는 어른이라면 혐오감에 소리치진 않았을 것이다.
도시에서 자란 아이에게 곤충이란 병균을 옮기는 더러운 바퀴벌레, 그래서
어른들이 벌레를 보는 즉시 밟아 죽이는 모습밖에 본적이 없을 것이다.
나에겐 끔찍한 그 장면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땅강아지는 가을의 벌레인가.
요즘은 자주 본다.
울기도 한다는데 아직 소리는 못들어 보았다.
밤에 현관 불을 켰더니 방충망에 땅강아지가 붙어 있다.
2012.09.11 20:31
귀여운 막내 남동생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