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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모사를 하기 위해 본을 직접 떠야 하는 이유



본을 뜨는 것은 그림을 읽는 것이다.


본을 뜨는 행위는 그림을 읽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본을 만들려고 해도 나의 주관성을 배재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이 떠놓은 본은 그 사람의 주관성을 거친  것이다.
그러므로 잘 그려진 본이라도 나에게는 어색하게 느껴진다. 다른 사람이 그린 본으로 그림을 그리게 되면 나의 주관성이 더해져 원화와는 더욱 멀어지게 된다.


본을 뜨는 과정에서 선 하나 하나를 더듬고 기억하고
이렇게 그어질 수 밖에 없음을 알게 된다.
표현이 안되는 부분은 내 나름대로 규칙을 정해서 뜨게 된다.
제 3자가 이 본을 받아서 그린다면 그러한 과정을  알수가 없다.
또한 본을 뜨면서 먹선의 농담과 유무를 파악하며, 먹선을 덮은 채색의 두께를 알게되고, 채색 순서를 알게된다. 그러다보면 자연히 채색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진다.


본을 뜰 때는 원화를 컬러로 2장을 프린트 한다.
한 장 위에 트레싱지를 얹고, 다른 한장을 옆에 놓고 보면서 본을 뜬다.
본을 뜨면 그린 사람을 느끼게 된다.
계속 선을 찾아 그리다 보면 그린이가 어디에 힘을 주는지 어디에서 힘을 빼는지, 손의 근육을 쓰는 습관이
느껴지기도 하고, 그 사람의 성품이 느껴지기도 한다.
잘 안보이는 부분도 그 느낌으로 연장해서 그릴수 있게 된다.


그런 느낌이 다 맞다고는 볼 수는 없다
그리는 나의 성품을 거쳐나오기에 그린이가 아닌 내가 표현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린이를 느끼는 과정을 다 거치면
안보이는 부분을 내가 추가해도 무리가 없게 된다.


본을 뜨는 것은 그림을 읽는 과정이고
그린 사람을 느끼는 시간이며
그림을 이해하고 채색계획을 하는데 꼭 필요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