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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3/써놓기

▒ 콩주머니

60mm 

과일 값이 비싸서 흔하게 사먹지를 못한다.

작은 애는 감기에 걸리고, 큰애는 잇몸이 헐어서 귤 한 박스를 샀다.

먹어보니 시다.

어머니의 비법.. 귤 표면을 조물 조물 만지면 신맛이 없어지고 달아진다.

조물 거리고 까먹고 또 조물거리다가..

누군가 귤을 위로 던졌다가 받았다.

모두들 귤을 던지고 받느라 야단 법석이 났다.

어머니는 귤 두 개를 한 손으로 번갈아 위로 던져 받는 묘기를 보여주셨다.

아이들도 해보지만 귤은 방바닥으로 떨어진다.

귤 세 개면 저글링도 된다.

귤은 더 많이 방바닥으로 떨어진다.

아이들 손에는 귤이 좀 크다.

방으로가서 옷감을 가져왔다.

 

똘똘이에게 깔아준 열선을 덮어주려 작은아이가 못입게된 웃 옷 몸통을 잘라서 썼는데

팔 부분이 남아있었다.

자그마하게 잘라서 콩주머니를 만들었다.

옷감 뒷면을 반을 접어 창구멍을 남기고 박음질로 박은 다음 뒤집어 콩을 넣었다.

그리고 창구멍을 감쪽같이 꿰매면 된다.

처음엔 직사각형 모양으로 만들고

다음엔 뾰족한 부분을 둥글려서 만들고..

마지막에 만든 것은 동그랗게 만들고 접힌 부분을 이어 만두모양이 되었다.

 

작은아이 세 개, 큰아이 세 개.. 둘이 너무도 신나게 논다.

저글링 연습 하다가

금새 공기 놀이로 바뀌었다.

공기놀이 하기엔 조금 커서 이번엔 통에다 집어 넣기를 한다.

 

다음날 새 둥지 거는 동그란 철사모양을 찾아

빨래망을 걸어 농구 바스킷 모양으로 만들어

벽에 걸어 주었다.

둘이 신나게 던져 넣고 점수 내기를 한다.

신랑이 나도 해보자고 한다.

아이들이 텃세가 심하다.

방으로 들어가 다시 세 개를 만들었다.

만두모양 콩주머니가 되었다.

그래서 콩주머니는 9개가 되었다.

 

콩주머니가 다른 무엇보다도 재미있는 장난감이 되었다.

큰아이는 하루만에 콩주머니 세 개로 저글링을 몇 번 한다.

조금만 더 연습하면 꽤 할 듯도 하다.

7일 금요일에 학력평가가 있어 월요일부터 저녁마다 공부를 조금씩 하라고 한다.

스스로 숙제를 하는 시간 외에는 둘이 밖으로 쏘다니거나

방에서 신나게 노는게 하루 일과라

가만히 앉아 공부하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다.

그래서 둘이 앉아 공부하는 옆에서 콩주머니를 만들었다.

누군가가 옆에 있으면 공부하는 시간이 조금은 길어진다.

공부를 조금 하면 금새 지쳐서 콩주머니를 갖고 논다.

놀때는 언제 지쳤냐는듯 쌩쌩하다.

 

 

 

냉장고에 재작년 콩도 있고, 부엌에 쉰 쌀도 있는데

신랑 친구가 준 달고 맛있는 새 콩으로 콩주머니를 만들었다.

어머니가 한 말씀 하신다.

콩주머니 만드느라 신나서 그 생각을 못했다. ^^

 

 

 

알아보니 오재미라는 말은 일본말이라고 한다.

원래말은 오자미.. 우리말은 없다.

콩주머니, 모래주머니.. 이렇게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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