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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3/써놓기

[동상] 발가락에 동상이 걸리다.

올해는 유난히 춥다.

아침 출근할 때 9시 쯤의 기온이 영하 16도, 17도 인 날이 연달았다.

사무실 전면 쪽에 책상이 있어 벽 쪽에서 찬 기운이 돈다.

춥지만 견딜만 했다.

 

이렇게 추운날은 밤 하늘이 무척이나 맑고 투명하다.

게다가 달이 없으면 별이 더욱 빛나 사진기를 들고 나온다.

현관 바로 앞에다 삼각대를 펼치고 사진을 찍는다.

 

그런데 어느날인가 왼쪽 네번째 발가락이 이상하다.

가렵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은데 뭔가 얼얼하고 감각이 없다.

자꾸 신경이 쓰인다.

보니 약간 붉으스름하다.

피부과를 가려면 차로 30분 넘게 걸리는 대천까지 가야한다.

뭔지 알 수 없어서 거의 일 주일을 보냈는데 증상이 똑같다.

할 수 없이 피부과를 갔는데 동창, 동상 이란다.

별로 춥지도 않았고, 아프지도 않은데 동상이란다. 

 

주사 맞고, 연고 하나와 약을 3일치 탔다.

아침, 저녁 약은 같고, 점심 약이 다르다. 

매 봉지마다 위를 보호하는 초록색 연질캡슐이 있다.

그리고 40도의 따뜻한 물에 발을 찜질해야 한다.

 

피부과 약은 독하다.

동상은 잘 안 낫는다.

확실하게 뿌리 뽑지 않으면 많이 춥지 않아도 계속 재발의 위험이 있다.

여기까지가 상식이다.

 

발가락엔 고추씨만한 동심원 무늬가 두 개 생겼다.

그리고 노랗게 굳은살처럼 딱딱해 졌다.

다시 병원에 갔다.

많이 나은 것이란다.

이번엔 주사 맞고, 연고는 계속 바르고, 아침 저녁 약으로 5일치 받았다.

 

몰랐는데 나중에 생각하니 동상 약 때문이었다. 

소변보러 화장실을 다섯 번 정도 다니느라 잠을 잘 못잔다.

자는데 몸이 슬근 슬근 가렵다.

밥을 많이 먹는다.

원래 끼니 사이에 간식을 안하는데 뭔가 계속 먹으려고 한다.

속이 이상하다.

그리고 신경이 날카롭다.

그래서 두 번째 지은 약은 대충 몇 번 먹고는 치워버렸다.

 

12월에 그러고는 1월에 다시 오른쪽 엄지 발가락이 이상하다.

나무 한 날 저녁이었는데 발가락 첫 마디의 뼈 있는 부분이 간지럽다.

손가락에 굳은살 박히는 것처럼 알알하고 간지럽다.

또 그날 밤,

하늘이 차고 맑아 별 사진을 찍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전과 증상이 달라서 동상이 아니지 싶고, 굳은 살이 생기려나 했다.

그런데 왼쪽 동상 걸렸던 곳 근처가 다시 붉어졌다.

며칠 있다 다시 피부과를 갔다.

동상이다.

 

연고는 쓰던거 쓰고, 주사 맞고, 약을 4일치 탔다.

연고를 열심히 발랐다.

대일밴드로 감싸면 연고가 잘 묻은채 유지된다.

연고를 바르고 다음날 왼쪽 발가락은 껍질이 홀랑 벗겨졌다.

그 다음날은 껍질이 또 벗겨지려고 살이 누렇게 떴다.

오른쪽 발가락은 고추씨마냥 동심원이 세군데 생겼다.

왼쪽 발가락은 두 번째 껍질을 벗기고 더이상 연고를 안 발랐더니

살이 맨질맨질해졌다.

 

먹는 약이 무섭다.

온몸이 피곤하고 무기력하다. 점심 먹고 나서는 무척 졸립다.

점심 약을 건너 뛰려고 살펴봤더니

아침, 저녁 약은 같고, 점심 약엔 길고 하얀 알약이 있다.

지난번 두 번째 조제한 약에는 그 알약이 반씩 들어있다.

점심 약을 빼먹으면 안된다.

점심치 약을 24시간째에 먹고 중간에 아침 또는 저녁 약을 한 봉지만 먹어야 겠다.

그리고 나서 두 번째 조제한 약을 먹었다.

 

동상은 무섭다.

한 번 걸리면 계속 걸리게 된다. 그리고 피부과 약은 독하다.

얼마나 추워야 동상에 걸리는지 가늠이 안된다.

최대한 발이 춥지 않게 해야 한다.

털이 들은 신발을 주문해서 신었다.

그리고 밤엔 따뜻한 방에서 잠을 많이 잤다.

 

겨울은 시골에 할 일이 없다.

그래서 시간이 많으냐.. 그것도 아니다.

추운날이 연달아 계속되면 집 밖에 나가는 것이 무리다.

눈이 쌓여 낮에 슬쩍 녹았다 밤에 얼어붙으면 걷기도 힘들뿐더러 차도 힘들다.

추우면 몸이 고단해 일찍 잠자리에 들게 된다.

겨울엔 활동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동상에 안걸리려면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

계속 움직이고, 혈액순환이 잘 되게 해야 한다.

양말을 여러겹 신는 것 보다 한 겹 신고 헐렁 헐렁한 신을 신는것이 좋다.

그리고 따뜻하게 해야 한다.

견딜만하다고 멍청하게 눈밭을 돌아다니다간

나도 모르게 동상에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