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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과학이다

고려불화 미스테리 ㅡ 연백의 두 가지 열화현상


(개인의 의견 입니다.)



저는 흰색은 봉황호분 백수 만 사용하다가 불화를 그리면서 백수에 연백(가일전통안료 전통연백 10,000원) 을 적당량 섞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연백이 공기중의 오염물질인 황과 결합하면 검게 변한다는 사실은 배워서 알고 있었는데, 내가 그린 그림이 변한 것을 보고 경험으로 익히게 되었다.




1. 습기에 노출 되다.
그림들은 모두 플라스틱 이사 박스에 보관하였는데 겨울에 열어보니 습기제거제 에 물이 가득 찬 상태였다.
아차 싶어서 습기 제거제를 새것으로 바꾸고 그림들을 모두 확인 했는데 이 그림만 연백 부분이 검게 변한것을 발견했다.

같은 그림을 다른 크기로 그린 상반신의 관음 보살은 투명아크릴로 액자 앞면이 차단 되었고 뽁뽁이 케이스에 밀봉하여 다시 두꺼운 종이 박스에 넣어 보관했는데 물감이 보송보송하게 유지된 느낌이 눈으로 그대로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관음도 보다 훨씬 전에 그린 일월오봉도는 흰 부분이 그대로였다. 그것은 호분으로 채색했는데 검게 변하진 않고 약간 색이 바랜 느낌 이었다.
나는 호분을 봉황제 백수 만 쓰는데 무척 하얀 편이다. 그러나 오래전에 구입한 백수를 꺼내 써보면 하얗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연백 을 섞어서 쓰고 있었다. 호분은 구입 후 시간이 지나면 흰 색이 바래지는게 확실하다.


2. 연백이 검어지다.
그런데 이 관음도 는 액자 앞면에 유리가 없고, 밀봉도 하지 않은 상태로 그냥 종이 박스에 넣어 두었었다.
꺼내보니 흰 부분이 일부 검게 변해 버렸다.

완성 직후 사진




완성 후 스튜디오 사진 부분



2024.11.21 검게 변색된 연백 부분
얼굴에 희게 바림한 부분이 검게 됨, 눈 주위 도 검어짐.
손톱 흰색, 새끼발톱 흰색이 까매졌고, 바지는 거무스름 하게 변색되었다. 오른쪽 땅에 붙은 흰색 보석도 바림 부분만 까매졌다.




그래서 따뜻한 물을 부분적으로 묻히고 면봉으로 닦아 보았는데 미미하게 닦일 뿐 효과가 없었다.

배경색 덧칠 후 찍은 사진




3. 연백이 없어지는 현상
며칠에 걸쳐 옅은 배경색을 진하게 덧칠을 하였다. 그리고 노란 물을 만들어 관음보살의 피부에 칠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연백이 검어진 것 외에도 비단이 훤히 비칠 만큼 뚜렷하게 연백이 없어진 부분이 있었다. 선재동자의 살구색 배 부분(배채)을 보면 처음 사진과는 다르게 물감이 없어진 부분이 보인다.
석채 부분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연백을 섞은 부분만 이런 현상이 있다. 관음보살의 피부에도 그런 곳이 많이 있다.


발 과 손 부분에 사라진 물감


귀 전체도 물감이 옅게 변함.
머리 뒤쪽의 흰색도 거무스름하게 변함.


팔 위의 흰 띠가 거무스름하게 변함.

흰색이 일부 없어짐

사라천에 희게 바림한 부분들은 전부 검게 변했다.



연백이 습기에 장시간 노출되면 공기중의 오염물질(화학물질)과 결합하여 검게 변할 뿐만 아니라, 물감이 증발(??) 하는 현상도 일어나는 것 같다.
그것도 어떤 규칙인지는 모르지만 전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이 또 있는데,
내가 그린 그림은 배채에 호분+연백 을 썼고, 앞에도 피부색을 밝은 분홍색으로 표현하려고 호분+연백 의 뜬 물을 테스트 용으로 손과 발에 했었다는 것이다. 그것들이 별 효과를 보지 못해서 마지막에는 호분 뜬물에 염료를 섞어 전체에 칠했다. 아주 연하게 칠했었다.
(그리고 다시 2025.1.1 에 등황+대자+쪽. 으로 누런물을 만들어 뜬물로 전체를 칠했다.)
그러니까 물감이 사라진 것은 배채 인것 같다. 그리고 앞면에 칠한 것은 검게 변하였다.
배채 물감이 사라진 것은 배접시 사용한 풀 과도 관련이 있지지 모르겠다.



4. 원화도 비슷한 현상이 아닐까
그런데 관음보살의 피부에 사라진 물감을 보니 원화의 얼굴에 얼룩과 거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부의 어두운 색은 의도적으로 어둠속의 얼굴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연백을 섞은 색으로 칠했는데 어떤 이유로 물감이 사라진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비슷한 현상이 내가 그린 그림에도 일어난 것이다! 아닐수도 있지만.


물론 원화를 보지 못하고 도록 사진밖에 볼 수 없지만 다른 관음보살 고려불화는 피부를 칠한 물감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많았다. 유독 혜허필 양류관음도 (물방울관음보살도) 만 피부가 부분적으로 물감이 사라져 보인다.


2025년 1월 1일에 이런 미스테리에 흥미를 느끼고 글을 쓰고 있다.
결론은 앞으로 연백은 가일전통안료 에서 파는 3만원 자리 고급연백을 써야겠다. 그리고 그림은 습기가 없도록 보관해야겠다!


(개인의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