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한 창 더울 때, 즉 낮 실내 기온이 38°C 까지 올라가며 장마철로 고온다습한 날들이 계속될 때의 일입니다.
물감에 섞는 아교인 3% 아교액을 아침 일찍 만들어 화실에 가지고가 수업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당일 아침에 만들었음에도 수업시 분채에 잘 붙지 않았습니다.
아래 사진은 잘 개었음에도 호분이 아교와 분리되는 모습 입니다.
조개가루인 호분만 아니라 분채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납니다.
이렇게 되면 물감 입자와 아교가 붙지 않은 것이므로 순지에 칠해도 고르게 칠해지지 않고 순지가 보이면서 얼룩지게 칠해집니다. 사용하지 않고 버려야 합니다.
원인은 무엇일까요.
아교 보관시 상한 것일까?
아교가 너무 오래되서 상한 것일까?
다른 아교가 섞인 것일까?
그래서 4가지의 아교로 3% 아교액을 만들어 테스트를 하였습니다.
2019.8.17 새벽 2:24
왼쪽부터
새로 구입한 봉황 부스러기 아교 (가일)
새로 구입한 길상 부스러기 아교 (송지방)
오래된 막대아교 (가일)
오래된 봉황 부스러기아교 (사보당)
아교는 각각 농도가 다릅니다.
길상 아교는 봉황아교보다 농도가 높습니다. 막대 아교는 봉황아교보다 농도가 낮습니다.
2019.8.17 아침 7:18
불려서 중탕하였고 즉시 테스트 하였습니다.
2019.8.17 아침 8:48
호분과 분채 녹청을 개었습니다.
분채는 이상이 없이 개어졌지만 호분은 4가지 모두 갈라짐이 생겼습니다.
여기서 호분은 3%로 개면 안된다! 앞으로 10%로 개자! 는 결론을 내렸고 그러나 테스트를 위해 모두 그대로 채색을 했습니다.
2019.8.17 오전 10:03
결론 입니다.
1. 아교는 밀봉하여 보관하면 몇 년이 지나도 상하지 않는다.
여쭈어 보니 10년이 되어도 사용에 이상을 못느끼신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2. 3% 아교액은 만든 즉시 사용하면 이상이 없다.
호분이 저렇게 갈라져도 칠하는데 이상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호분은 10% 아교액으로 개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3. 아교의 종류에 따라 분채는 미세한 색변화가 있다.
이것은 따로 글을 올리겠습니다.
4. 아침에 3% 아교액을 만들어도 1시간 걸리는 거리를 전철, 도보로 이동하면서 상할 수 있다. 그러니 고온다습한 여름철에는 10% 아교액을 사용하자. 10% 아교액이더라도 당일 만든 것은 당일 소비하자. 냉장고에서도 상한다.
마찬가지로 2.7% 로 포수하던 순지도 3% 로 아교포수 하자.
5. 실내 온도와 습도를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다면 사계절 내내 불편함 없이 채색할 수 있다. 집 실내 온도가 38도 까지 올라가고 밤 늦게까지도 잘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교가 금방 상한 것이었다.
* 앞으로 저는 물감 개는 아교를 10% 로 만들어 사용할 생각입니다.
추가로 실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가 어려워 물감 및 아교 보관용 냉장고를 알아보았는데요. 화장품 냉장고는 온도가 너무 낮고 와인냉장고가 적당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석채의 경우 자연물 이다보니 온도 유지가 중요합니다. 실제 여름철에 자황, 웅황은 냄새가 더 심합니다. (비소이기에 냄새 맡으면 안됩니다.) 천연 전통 물감을 판매하는 가일아트는 온도를 24시간 유지하고, 판매하여 가지고 나간 물감은 교환을 안해주는 것을 보면 온도 유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느껴집니다.
* 인사동에서 민화와 진채 수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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