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은을 많이 입게 되면 그 타성에 젖어 정진이 소홀해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방 두 칸 지으면서 얼마나 많은 인력과 재력과 시간과 시은을 들이고 있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상량문에서도 언급한 바 있듯이, 나는 그 두 칸 흙집이 진정한 수행자의 거처가 되기를 바란다. 야유몽자불입, 구무설자당주, 밤에 꿈이 있는 자 들어가지 못하고, 입에 혀가 없는 자만이 머무를 수 있다.
밤에 꿈이 많은 사람은 그만큼 망상과 번뇌가 많ㅅ다. 수행자는 가진 것이 적듯이 생각도 질박하고 단순해야 한다. 따라서 밤에 꿈이 없어야 한다. 또 수행자는 말이 없는 사람이다 말이 많은 사람은 생각이 밖으로 흩어져 안으로 여물 기회가 없다. 침묵의 미덕이 몸에 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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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안에 말이 적고, 마음에 일이 적고, 뱃속에 밥이 적어야 한다. 이 세가지 적은 것이 있으면 신선도 될 수 있다.'
처음 세속의 집을 등지고 출가할 때 그 첫마음을 잊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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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안이 온통 경제 위기로 인해 일터를 잃은 실업자가 무수히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살길이 막막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늘어만 가는 지금 이런 참담한 현실을 망각한 채 씀씀이를 함부로 하면서 흥청거릴 때인가.
지난 봄, 볼 일이 생겨 몇 차례 내가 예전에 살던 절에 가서 2, 3일씩 묵고 온 적이 있다. 내가 혼자서 조촐히 살던 때와는 달리 모든 것이 넘치고 있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시주의 물건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옛 스승들은 한결같이 가르치신다. 배고프고, 가난한 데서 수행자의 보리심이 싹트는 것이라고. 시주의 은혜를 많이 입으면 그 무게에 짓눌려 제정신을 차리기가 어렵다.
휴정선사도 그의 <선가구감>에서 출가 수행자에게 간곡히 타일렀다.
'출가하여 수행자가 되는 것이 어찌 작은 일이랴. 편하고 한가함을 구해서가 아니며, 따뜻이 입고 배불리 먹으려고 한 것도 아니며, 명예와 재물을 구해서도 아니다. 생사를 면하려는 것이며, 번뇌를 끊으려는 것이고, 부처님의 지혜를 이으려는 것이며, 갈등의 수렁에서 뛰쳐나와 중생을 건지기 위해서다.'
가난한 절에서 살고 싶은 것이 내 소원이요, 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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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산 자락인데 다압면에 접어들면 동네마다 꽃 속에 묻혀 있어 정겨운 마을을 이루고 있다. 둘레에 꽃이 있으면 다 쓰러져 가는 오막살이일지라도 결코 궁핍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곳 매화의 절정은 단연 섬진 윗마을에 있는 '청매실농원' 언저리다. 요즘은 대형버스로도 올라갈 수 있는 길이 닦여 있지만 그전에는 겨우 경운기가 오르내릴 정도의 오솔길이었다.
골짜기와 언덕에 수천 그루의 매화가 핀 걸 보면, 아무리 물기가 없는 딱딱한 사람일지라도 매화에 도취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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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에는 부작용이 따르고, 의사 자신도 병자일 수 있다. 그리고 병원이 병을 낫게도 하지만, 없던 병을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줄이는 묘법으로 다음과 같은 것을 제시한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당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라.
마음의 평정을 잃지 말라.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
집, 식사, 옷차림을 간소하게 하고 번잡스러움을 피하라.
날마다 자연과 만나고 발 밑에 땅을 느끼라.
농장일이나 산책, 힘든 일을 하면서 몸을 움직이라.
근심 걱정을 떨치고 그날 그날을 살라.
날마다 다른 사람과 무엇인가 나누라, 혼자인 경우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무엇인가 주고,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를 도와라.
삶과 세계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라. 할 수 있는 한 생활에서 유머를 찾으라.
모든 것 속에 들어 있는 하나의 생명을 관찰하라.
그리고 우주의 삼라만상에 애정을 가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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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는 구족계(비구계)를 받고 난 다음, 은사 스님이 조주성의 서쪽 한 절에 계시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으로 가서 은사 스님을 찾아 뵈었다. 조주가 도착하자 은사 스님은 사람을 시켜 조주의 고향집에 귀댁의 자제가 행각길에 돌아왔다고 알려주었다.
고향집 일가친척들은 이 소식을 듣고 몹시 기뻐하며 다음날 함께 찾아가기로 하였다. 조주는 이런 사실을 알고 말했다.
"속세의 티끌과 애정의 그물은 다할 날이 없다. 이미 부모 형제를 하직하고 출가 수행자가 되었는데 다시 만나고 싶지 않다."
그날 밤으로 짐을 꾸려 행각의 길에 나섰다. 그 후 물병과 지팡이를 지니고 여러 곳으로 두루 다니면서 자신에게 다짐했다.
'일곱 살 먹은 어린 아이라도 나보다 나은 이는 내가 그에게 물을 것이요. 백 살 먹은 노인이라도 나보다 못한 이는 내가 그를 가르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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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과거사는 기억으로 우리 의속 속에 축적된다. 대개는 망각의 체에 걸려져 까맣게 잊어버리지만, 어떤 일은 어제 겪은 일처럼 생생하다.
그러나 지나온 과거사가 기억만으로는 현재의 삶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거사를 자신의 의지로 소화함으로써 새로운 눈이 열리고 귀가 트인다. 그래서 그 과거사에서 교훈을 얻는다. 망각은 정신위생상 필요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그 망각 때문에 어리석은 반복을 자행하는 수도 있다.
보다 바람직한 자기 관리를 위해서는 수시로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살펴 보아야 한다. 남의 눈을 빌어 내 자신의 살림살이를 냉엄하게 바라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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